아티클한끼밥상의 첫 번째 위기와 극복 — 팬데믹 이후 급식 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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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스토리

한끼밥상의 첫 번째 위기와 극복 — 팬데믹 이후 급식 시장 변화

재택근무 정착으로 단체급식 수요가 줄었지만, 동시에 출근 점심의 객단가는 올라갔습니다. 한끼밥상이 대기업 구내식당 모델을 포기하고 10~50명 규모 스타트업과 재택 가정에 집중해 6개월 만에 계약 3배 성장한 피벗의 기록입니다.

한끼밥상 팀2024-03-1011분 읽기2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2023년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우리는 팬데믹이 바꿔놓은 시장을 실감했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었고, 주 5일 풀출근 회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종합하면 2023년 하반기 기준 사무직 근로자의 약 30~40%가 주 1회 이상 재택근무 를 하고 있었고, 오피스 평균 출근율은 팬데믹 이전 대비 70~8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전통적인 단체급식 모델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음식을 가져다 주는" 비즈니스입니다.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100명짜리 사무실은 평일에 60~70명만 출근하고, 어느 날은 30명만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변동성을 가진 시장에서 단체급식 사업자는 마진을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한끼밥상에게도 이 환경은 직격이었습니다. 사업 6개월차에 우리는 처음으로 "이대로 가면 6개월 안에 자금이 마른다" 는 가설에 직면했습니다.

6주간의 혹독한 데이터 분석

위기를 맞이한 팀의 첫 반응은 흔한 두 가지로 갈리기 쉽습니다. A) 비용을 줄이고 버틴다, B)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한다. 우리는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옵션 모두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원을 태우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6주를 통째로 데이터 분석에 썼습니다. 파일럿 고객 데이터, 거래 로그, 결제 기록, CS 대화, 외부 시장 리서치를 모두 펼쳐 놓고 패턴을 찾았습니다. 흥미로운 발견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발견 1 — 출근 점심의 객단가는 오히려 상승

재택근무 비율이 늘어나며 회사 평균 점심 비용은 줄어들었지만, 개별 직장인이 출근하는 날 점심에 쓰는 금액은 오히려 증가 했습니다. 분석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결합한 결과로 보였습니다.

  • 재택 때 집밥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이 오피스에서는 "보상 소비" 욕구가 커짐
  • 회사가 식대 보조를 늘리며 객단가 상한이 오름
  • 코로나 이후 위생·재료에 대한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
  • 결론: 수요는 사라진 게 아니라, 대량·저단가에서 소량·고품질로 이동했다.

    발견 2 — 10~50명 규모 스타트업이 사각지대

    기존 단체급식 사업자들은 "100명 이상의 회사" 만 영업 대상으로 봅니다. 100명 이하는 영업 비용 대비 수익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업체 통계를 보면 고용된 직장인 중 절반 이상이 50인 이하 회사 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 사각지대에는 두 그룹이 있었습니다.

  • 테헤란로·구로 디지털단지·판교 일대 스타트업: 직원 10~50명, 가용 예산은 충분, 단체급식 사업자가 들어와 주지 않음
  • 소규모 전문직 사무실: 변호사·회계사·디자인 스튜디오 등 5~20명 단위, 식대 보조 정책은 있지만 매일 식당을 다니기엔 시간 부담
  • 이들은 단체급식 시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그룹이고, 한끼밥상이 진입할 만한 빈 공간이었습니다.

    발견 3 — 재택 가정 배송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가 아닌 집으로 도시락을 받는" 수요가 빠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 배달과도, 정기 식자재 키트와도 다른 카테고리였습니다. 1~2인 가정에서 점심 한 끼만 매일 배송받기를 원하는 수요는 시장에 거의 답이 없었습니다.

    피벗 — 4가지 결단

    6주 분석을 끝내고 팀은 4가지 결정을 동시에 내렸습니다.

    1. 대기업 구내식당 납품 영업 전면 중단 — 기존 영업 리소스 100% 회수

    2. 10~50명 스타트업·소규모 사무실에 영업 집중 — 새로운 KPI 정의

    3. 재택근무자 가정 배송 옵션 정식 출시 — 별도 배송 동선 설계

    4. 메뉴 라인업 단순화 + 단가 인상 — 박리다매 → 프리미엄 가격 + 품질로 전환

    특히 4번 결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시장이 위축되는 시점에 단가를 올리는 것은 직관에 반하는 선택이지만,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했습니다. "숫자는 더 적게, 그러나 한 끼당 가치는 더 크게." 이 한 문장이 새로운 회사 전략이 되었습니다.

    결과 — 6개월 만에 3배

    피벗 후 6개월의 성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 건수: 3배 성장
  • 객단가: 평균 22% 상승
  • 재구독률: 87% 유지 (이전 81%)
  • 공급자 만족도: 9점/10점 (이전 6.5점/10점, 정산 시스템 효과)
  • 흥미롭게도 가장 큰 성장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영역인 재택 가정 배송 에서 나왔습니다. 6개월 동안 가정 배송 비중이 0% → 18% 로 성장했고, 가정 배송 고객의 평균 구독 유지 기간은 사무실 고객보다 1.4배 길었습니다.

    위기가 한끼밥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표현은 결과론적이지만, 그 뒤에 있는 진실은 단순합니다. 위기를 그저 견디지 않고 데이터로 다시 설계했기 때문에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 — 위기에 대처하는 3가지 원칙

    이 경험을 통해 한끼밥상 팀은 위기 대응의 원칙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이후 모든 위기 관리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1. 눈에 보이는 신호 대신 데이터를 본다 — 시장이 위축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이동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2. 줄이는 결정과 늘리는 결정을 동시에 한다 — 어느 한쪽만 하면 균형이 무너집니다

    3. 고객 한 명을 잃을 각오로 새 고객을 만난다 — 모든 고객을 다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시장은 우리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항상 답이 있다."
    — 한끼밥상 창업자의 메모 中

    이 한 줄이 그 6주의 결론이었고, 지금도 회사 전체의 운영 원칙으로 살아 있습니다.